2022년 희신강징 이벤트 카페에 참여한 글입니다. 깊은 밤이었다. 새벽이 오기도 이른 시간. 남희신은 검에 올라 하늘을 가로질러 급히 날아가는 중이었다. 어찌나 빠른지 모르는 사람이 아래에서 봤다면 유성이 떨어진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서늘하고 건조한 공기에 습기가 스미기 시작했다. 운몽에 다다라서야 속도를 줄인 남희신이 입술을 깨물었다. 한때는 낯설었으나...
남희신도 알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거기서 자신이 미온적으로 굴었다면 자신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을 터였다.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무고한 이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그를 괴롭히는 것은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아니었다. 그를 괴롭히는 것은 기억이었고 가장 아름답게 남아 추억이라 이름 붙은 것의 무게...
[희신, 운몽에는 또 비가 내립니다.] 남희신을 볼을 적시는 빗방울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과연 운몽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남희신은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수면을 때리는 빗소리는 분명 요란할 것인데 비가 오는 세상은 고요했고 오직 강만음의 목소리로만 가득 찬다. 강만음으로 가득한 세상. 비가 끝없이 내려도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평생 비가 쏟아...
계절은 얼굴을 바꾸고 강만음은 버릇처럼 남희신에게 입을 맞춘다. 기적처럼 깨어나면 좋겠지만 강만음은 이제 그것은 부질없는 바람이라는 것을 안다. 이건 사심을 채우는 입맞춤이지. 강만음은 남희신의 얼굴을 쓸어내린다. 고요히 잠든 이의 얼굴엔 평화가 깃들어 있었다. “좋은 꿈을 꾸고 계십니까.” 그 조용한 물음에 돌아오는 답은 없다. 그러나 당연한 침묵에서 답...
강만음은 남희신을 사모한다. 남희신은 강만음을 사모하지 않는다. 마음에 품은 온도가 극명히 다른데 사람들은 말했다. 연화오 부부 사이가 참으로 애틋하고 다정하고 서로 귀애함이 보인다고. 사람들이 속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강만음은 우습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애틋하다고. 우리가 서로 귀애하고 있다고. 저자에 나도는 소문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강만음을 베는 칼...
마까오님과 함께한 전영중X성준수 사계절 옴니버스 트윈지PANORAMA 겨울파트입니다. 전영중은 핸드폰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집에 간장이 있던가. 떠오르는 것은 있었으나 찬장에 든 간장은 너무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고추장도. 참기름도 오래되기 마찬가지라 새로 사야 할 것 같았다. 그저 에어프라이어로 양념 삼겹살을 해 먹고 싶었을 뿐인데 어찌...
오랜만에 한 색사는 버거웠다. 제발요, 이제 정말 못합니다. 정사의 끝은 늘 강만음의 그런 외침으로 끝났다. 몸을 물리며 진득하게 몸을 쓸고 가는 눈빛에서 아쉬움과 정욕과 연모가 묻어있었으나 강만음은 그것을 외면했다. 가슴을 들썩이며 쾌감의 잔열에서 몸부림치다가 강만음은 차라리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많은 것이 담긴 눈빛이 사라지자 암흑이 보였...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공간이라고 하지만 용들에게는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 있었다. 수룡에겐 연못이 그러한 공간이었다. 남희신은 제 못을 보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했다. 자신의 연못에는 하얀 수련만이 떠 있었는데 어슴푸레한 새벽녘 밤하늘을 잘라 만든 것 같은 연꽃 한 송이가 떠 있었다. 연꽃이 주는 고고한 아름다움을 품은 동시에 요염한 분위기가 ...
연화오에는 짐승길이 통하는 길목에 있다고 했다. 하여 종종 연화오에는 기묘한 객이 머물다 간다. 신수라 불리는 현무와 주작 구미호들이 있었고 드물게 용도 있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잠시 머물며 연화오에 감도는 맑은 기운을 취하고 갈 뿐 사람들에겐 딱히 관심이 없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머물러 있어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
무릎이 또 말썽이었다. 박병찬은 화창한 바깥 날씨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하늘도 맑고 일기예보도 종일 화창할 것이라 했지만, 박병찬은 외출을 과감히 포기했다. “화창은 무슨, 비 엄청 오겠네.”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박병찬은 소파에 누웠다. 무릎이 망가져 좋은 점이라곤 기상청조차 예상 못 한 비를 피할 수 있는 것밖에 없었다. 때로는 좋은 점도...
길게 늘어진 그림자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강만음은 제 발치에 닿은 그림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강만음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없어 한산했고 앞에 서 있는 이는 타인과 이야기하느라 뒤쪽에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 강만음은 저도 모르게 몸을 숙였다. 일종의 충동이었다. 쪼그려앉은 그의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볼썽사납다 웃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뭐 그 치...
https://twitter.com/kang_sukhui3/status/1516052795899940865?s=20&t=v9464WCPy-oFkze2LcjxRw 위 트위터 썰과 이어지는 짧은 글입니다. 강만음은 낮에 들었던 악의 없는 질문을 떠올려 본다. 종주님 정말로 고소의 택무군과 연을 맺습니까? 그 질문에는 단수에 대한 혐오도 없었으며 대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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